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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혼잣말을 자주 하는 이유

지금또시작 2026. 6. 13. 22:53

아이가 혼잣말을 자주 하는 이유, 걱정해야 할까요? 15년 본 경험으로 풀어봅니다

"엄마, 나 또 혼자 말하고 있었어?" 다섯 살 된 딸아이가 인형 두 개를 양손에 쥐고 한참을 중얼거리다가, 문득 제 시선을 느꼈는지 멋쩍게 묻더군요. 사실 저는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한참을 지켜보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며칠 뒤, 같은 어린이집 학부모 한 분이 조심스럽게 물어오셨어요. "우리 애도 요즘 혼잣말이 부쩍 늘었는데혹시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요?"

이 질문, 정말 많이 받습니다. 아동 발달 관련 일을 하면서 수백 명의 아이들을 봐왔는데, 부모님들이 가장 자주, 그리고 가장 조용히 걱정하시는 주제 중 하나가 바로 이 '혼잣말'이에요. 누군가에게 대놓고 물어보긴 좀 그렇고, 그렇다고 그냥 넘기자니 마음 한구석이 계속 찜찜한. 그 마음 충분히 압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요. 대부분의 경우 아이의 혼잣말은 걱정할 일이 아니라 오히려 반가워해야 할 신호입니다. 다만, 모든 혼잣말이 다 그런 건 아니에요. 오늘은 제가 현장에서 직접 보고 겪은 이야기들을 곁들여서, 아이가 왜 혼잣말을 하는지, 그리고 어떤 경우엔 한 번쯤 들여다봐야 하는지를 차근차근 풀어보려 합니다.

혼잣말은 '생각의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오는 것

먼저 알아두셔야 할 게 있어요. 어른인 우리도 사실 혼잣말을 합니다. 다만 속으로 하죠. ", 지갑 어디 뒀더라", "이거 먼저 하고 저거 해야지" 같은 거요. 머릿속에서 조용히 굴러가는 이 말들을 심리학에서는 '내적 언어(inner speech)'라고 불러요.

그런데 아이들은 이걸 아직 속으로 삼키는 법을 모릅니다. 그래서 생각이 그대로 입 밖으로 흘러나와요. 블록을 쌓으면서 "여기다 이거 놓고아니야 무너지겠다이쪽이 낫겠다" 하고 중얼거리는 게 딱 그겁니다. 머릿속 생각을 소리 내서 정리하고 있는 거예요.

러시아의 심리학자 비고츠키라는 분이 이걸 평생 연구했는데요. 그는 아이의 혼잣말을 '사적 언어(private speech)'라고 불렀고, 이게 사라지는 게 아니라 자라면서 점점 속으로 들어가 내적 언어가 된다고 봤어요. 쉽게 말하면, 지금 아이가 하는 혼잣말은 나중에 머릿속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계획하는 능력의 '연습 단계'인 셈이죠.

제가 봤던 한 남자아이가 기억에 남아요. 퍼즐을 맞출 때마다 "이건 모서리니까 끝에어 안 맞네돌려볼까" 하면서 끊임없이 떠들었거든요. 처음엔 어머니가 산만한 게 아니냐고 걱정하셨는데, 정작 그 아이는 또래보다 문제 해결 능력이 훨씬 좋았어요. 입으로 말하면서 사고 과정을 정리하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왜 하는 걸까? 대표적인 이유들

혼잣말이 무조건 한 가지 이유에서 나오는 건 아니에요. 상황에 따라 결이 다릅니다. 제가 자주 보는 경우들을 정리해봤어요.

1) 생각을 정리하려고

앞서 말한 그 핵심입니다. 어려운 일을 할 때 특히 혼잣말이 늘어나요. 새 장난감 조립, 처음 해보는 그리기, 복잡한 놀이 규칙. 머리로만 처리하기 버거우니까 입으로 꺼내서 정리하는 거예요. 이런 혼잣말은 보통 만 3세에서 7세 사이에 가장 활발합니다.

2) 상상 놀이에 푹 빠져서

인형끼리 대화시키고, 자동차에 목소리를 입히고, 혼자 의사 선생님이 됐다가 환자가 됐다가 하는 거. 이건 혼잣말이라기보단 '역할 연기'에 가까워요. 상상력과 공감 능력이 쑥쑥 크고 있다는 아주 좋은 신호입니다. 저는 이 모습을 보면 솔직히 좀 흐뭇해요.

3) 마음을 다독이거나 감정을 조절하려고

넘어져서 "괜찮아, 안 아파" 하고 스스로 말하는 아이 보신 적 있죠? 무서운 상황에서 "엄마 금방 와, 괜찮아" 하고 되뇌는 것도요. 감정을 스스로 추스르는 연습입니다. 이건 정말 기특한 능력이에요.

4) 외롭거나 심심하거나, 혹은 관심이 필요해서

형제가 없거나, 놀이 상대가 없을 때 혼잣말이 늘기도 해요. 때로는 부모의 관심을 끌고 싶어서 일부러 소리 내어 말하기도 하고요. 이런 경우엔 함께 놀아주는 시간을 조금 늘려주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줄어듭니다.

상황별로 한눈에 보기

혼잣말 상황 숨은 이유 부모의 반응
블록·퍼즐 하며 중얼 사고 정리 (좋음) 그냥 지켜보기
인형끼리 대화시킴 상상 놀이 (좋음) 가끔 같이 놀아주기
"괜찮아" 되뇌기 감정 조절 (좋음) 따뜻하게 인정해주기
혼자일 때 자주 외로움·심심함 놀이 시간 늘리기
내용 없이 반복·상동 관찰 필요 전문가 상담 고려

그런데 이럴 땐 한 번쯤 들여다보세요

, 여기서 솔직해질 필요가 있어요. 제가 "걱정 마세요"만 반복하면 그건 무책임한 거잖아요. 대부분은 정상이지만, 분명히 조금 더 살펴봐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전에 만 5세인데도 혼잣말의 ''이 좀 다른 아이가 있었어요. 보통 아이들 혼잣말은 놀이나 상황과 연결되어 있는데, 이 아이는 똑같은 문장을 의미 없이 반복하고, 광고나 영상에서 들은 말을 맥락 없이 되뇌더라고요. 게다가 또래와 눈을 잘 안 맞추고 같이 노는 걸 어려워했어요. 결국 발달 평가를 권해드렸고, 조기 개입으로 정말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러니까 핵심은 '혼잣말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혼잣말이냐, 그리고 다른 신호가 같이 있느냐'예요. 아래 항목들이 함께 보인다면 한 번쯤 전문가와 이야기 나눠보시길 권합니다.

7~8세가 넘어서도 혼잣말이 줄지 않고 오히려 더 심해진다

상황과 전혀 관계없는 말, 똑같은 문장을 기계처럼 반복한다

또래와의 상호작용이나 눈맞춤을 많이 어려워한다

누군가와 대화하는 듯 보이지만 그 대상에 대해 불안해하거나 무서워한다

일상생활(밥 먹기, 잠자기, 어린이집 적응)에 지장이 생긴다

오해는 마세요. 이 중 한두 개 보인다고 무조건 문제라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다만 '함께, 지속적으로, 일상에 지장을 줄 만큼' 나타날 때 그땐 미루지 말고 소아청소년과나 발달 전문 기관에 문의하시라는 거예요. 조기에 알수록 도와줄 방법도 많거든요.

대부분은, 잘 자라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다시 처음 그 딸아이 이야기로 돌아갈게요. 인형 두 개를 쥐고 중얼거리던 그 모습. 저는 그날 아이에게 "무슨 얘기 하고 있었어?"라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아주 진지한 얼굴로 "토끼가 곰한테 같이 놀자고 했는데 곰이 부끄러워서 못 한대"라고 답하더라고요. 그 순간 알았죠. 이 아이 머릿속에서 얼마나 풍부한 세계가 돌아가고 있는지를요.

혼잣말은 대부분의 경우 아이가 생각하고, 상상하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법을 배워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억지로 "조용히 해"라고 막을 필요도 없고, 이상하게 여길 필요도 없어요. 오히려 가끔 "우와, 무슨 이야기야?" 하고 관심을 보여주면 아이는 더 신나서 자기 세계를 들려줄 거예요.

다만 오늘 말씀드린 '한 번쯤 들여다봐야 할 신호'들은 마음 한구석에 잘 넣어두세요. 부모의 직감은 생각보다 정확합니다. 정말 뭔가 다르다 싶으면 주저하지 말고 전문가의 문을 두드리시면 됩니다. 그게 결코 유난스러운 게 아니라, 아이를 가장 잘 사랑하는 방법이니까요.

오늘도 아이의 작은 중얼거림에 귀 기울이는 모든 부모님들을 응원합니다. 그 소리 안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멋진 성장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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